잠수이별을 당했다면

거칠게 들릴 수 있지만, 이것이 대부분의 잠수이별에 해당하는 현실입니다. 그냥 그런 사람이 잠수타고 이별을 한 것입니다. 소위 잠수이별을 당한 것입니다.

어제까지 괜찮았는데

썸을 타고 있었다. 아니 이미 사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분명 분위기도 좋았다.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상태다.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내일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하루가 이어지고 있다. 어젯밤까지도 사랑을 속삭이고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러다 돌연 연락이 되지 않는다.

하루이틀, 걱정되기 시작한다. 어디 아픈가, 사고가 났나, 아님 가족에게 문제가 생겼나. 별의별 생각을 다 하게 된다. 카톡 프로필을 확인하고, 인스타를 들여다보고, 혹시 내가 놓친 메시지가 있나 핸드폰을 뒤적인다.

그리고 1주, 2주, 한 달, 두 달. 미쳐버릴 것 같은 마음은 진정됐지만 그 사람이 문득문득 생각나고 궁금해진다. 그저 신변이라도 괜찮은지 안부만이라도 알고 싶다.

한편으로는 내가 뭘 잘못했나 하며 속으로 전전긍긍한다. 뭔가 분명 실수를 한 게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이 돌아오면 그동안 생각해 놓은 부분에서 제대로 설명도 하고 필요하면 사과까지 할 준비를 한다.

물론 그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잠수로 영영 이별을 고한 것이다.

잠수이별은 이해받을 수 없다

잠수이별은 정말 이해해 주기 힘듭니다. 보통 열에 아홉은 잠수를 타며 아무 말 없이 사라져 버린, 그냥 그렇게 이별을 한 사람의 잘못입니다.

당한 쪽은 크게 잘못한 게 없을 수 있습니다. 사소한 싸움에서, 또는 단순히 지겨워져서, 나쁜 사람 되기 싫어서, 소심한 성격이라서.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본질은 같습니다. 문제를 회피하는 사람은 이별조차도 스스로 하지 못해 그냥 사라지고 말도 없이 잠수를 타는 것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행동을 ‘회피형 애착’이나 ‘갈등 회피 성향’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심리학적 이름이 붙는다고 해서 그 행동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해할 수 있다는 것과 이해받을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그 사람을 대신해서 변명해 주지 말자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빠지는 함정이 있습니다. 잠수를 탄 상대방을 대신해서 이유를 만들어 주고, 변명을 해주는 것입니다.

“아마 무슨 사정이 있었겠지.” “원래 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이니까.” “너무 힘들어서 연락할 여유가 없었을 수도 있어.”

하지만 이렇게 상대방의 변명을 당신이 대신 만들어줄 필요가 없습니다. 어떤 이유가 됐건, 당신이 인간적으로 그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한 것이 아니거나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라면, 잠수이별은 이해받을 수 없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당신 잘못도 아닙니다.

사람이 싸웠으면 대화를 통해 풀고, 이별을 하고 싶었으면 그 고통스러운 단계도 다 겪으며 관계를 마무리하는 게 맞습니다. 아무리 큰 잘못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정말 큰 잘못이라면 사라진, 잠수탄 그 사람을 잡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거나 그냥 이해하고 참고 넘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보통의 잠수이별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사소하거나, 권태기거나, 아니면 처음 생각했던 연애가 아니었기에 잠수를 타거나, 그저 장난이었거나. 잠수이별에는 크게 세상 무너지는 이유가 있는 게 아닙니다.

돌아와도 문제는 같다

잠수를 탄 사람이 돌아와 구구절절 변명하고,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자는 상상을 하며 그 사람을 기다리지 마세요.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할지라도, 그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합니다.

“우리 남편이 술만 안 먹으면 다 좋아요.” “우리 아내가 도박 빼고는 정말 가족한테는 잘해요.”

딴 게 문제가 아닙니다. 술이랑 도박이 문제입니다.

여기서는 잠수가 문제인 것입니다.

한 번 잠수로 관계를 끊은 사람이, 다음에 어려운 상황이 왔을 때 달라질 거라고 기대하는 건 비현실적입니다. 갈등 앞에서 도망치는 패턴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이번에 돌아왔다가 또 힘들어지면 같은 방식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때의 고통은 처음보다 더 클 것입니다. 이미 한 번 겪은 공포가 현실이 되는 것이니까요.

당신만 믿는 행복

당신이 정말 사랑해서, 나는 이 사람 이해할 수 있다고 아무리 말해도, 그 고통은 스스로 지고 나아가야 합니다.

그 본인만 생각하고 우유부단한 이기적인 사람과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안타깝지만 당신밖에 없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 관계가 당신을 깎아내고 있다는 것을.

잠수이별을 당한 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사람이 왜 떠났는지 분석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 말 없이 사라질 수 있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아무 잘못 없이 상처받은 자기 자신을 먼저 돌보는 것입니다.

떠난 사람의 이유를 찾느라 에너지를 쏟지 마세요. 그 에너지는 당신이 다시 일어서는 데 써야 합니다. 잠수이별은 당신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 상대방의 미성숙함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그 사실 하나만 기억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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